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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주와 인문학

고문서에 등장한 ‘노비용 막걸리’란 무엇이었을까?

by 블로그 아지트 2025. 5. 3.

고문서에 등장한 '노비용 막걸리'란 무엇이었을까?

고문서에 등장한 '노비용 막걸리'란 무엇이었을까?

막걸리도 계급에 따라 달랐다

조선 시대에는 같은 막걸리라도 그 쓰임과 품질이 달랐습니다.

 

왕이 마시는 술, 양반이 마시는 술, 그리고 노비가 마시는 술은 엄연히 구분되어 있었죠.

 

고문서 속에는 '노비용 막걸리'라는 표현도 등장하는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면 당시의 신분 질서가 고스란히 보입니다.

 

기록 속 ‘하품주(下品酒)’

<조선왕조실록>, <호구단자>, <안동장씨세보> 등 고문서에는 ‘하품주’라는 술이 종종 언급됩니다.

 

이는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 지급되던 낮은 품질의 술을 의미하며,

주로 노비들이 노동 후에 마시던 막걸리를 지칭합니다.

 

물의 양을 많이 섞고, 누룩은 적게 쓰거나 질 낮은 재료로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왜 따로 빚었을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제성과 효율 때문입니다.

 

양반이나 주인의 잔치에 쓰인 막걸리는 곱게 도정한 쌀과 정제된 누룩으로 빚었지만,

노비용 술은 도정하지 않은 쌀겨 섞은 곡물, 묵은 곡식 등 ‘이용 가능한’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맛보다 생계와 피로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막걸리도 ‘관리’ 대상이었다

조선 후기에는 가문별로 술을 빚는 양식이 기록되기 시작하면서,

노비에게 배급되는 술의 양과 제조법도 문서화되었습니다.

 

‘노비 1인당 반되’ 등 정확한 단위로 배급량이 정해졌고, 술의 도수도 제한되었습니다.

 

과음으로 인해 노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노비에게 술이란?

노비용 막걸리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육체노동 후 지친 몸을 달래는 보상이고, 짧은 휴식의 상징이었습니다.

 

또, 계절 농번기 끝에 주어지는 ‘한 잔’은 마치 한 해의 고생을 인정받는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조용한 역사 속 잊힌 술

오늘날 '노비용 막걸리'는 남아 있지 않지만, 고문서 속 조각난 표현들을 통해 그 실체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술 한 잔에도 뚜렷이 드러난 계급 사회의 흔적.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가장 낮은 곳에서도 술을 통해 살아 있음을 확인하던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