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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주와 인문학

청동 거울에 비친 술잔 – 고분벽화 속 술의 흔적

by 블로그 아지트 2025. 5. 3.

청동 거울에 비친 술잔 - 고분벽화 속 술의 흔적

청동 거울에 비친 술잔 - 고분벽화 속 술의 흔적

고분벽화는 조용히 말하고 있다

한반도 곳곳에는 삼국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고분벽화가 남아 있습니다.

특히 고구려 고분은 벽화로 유명하죠.

 

이 벽화는 단지 사후 세계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

당대 사람들의 생활, 사상, 문화, 그리고 ‘술 문화’까지 조용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술 마시는 장면, 왜 그렸을까?

고구려의 무용총, 각저총, 덕흥리 고분 등에서는 술을 따르고 마시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큰 잔에 술을 붓는 모습, 술상을 준비하는 여인의 모습, 잔을 들어 서로를 맞이하는 장면이 보이죠.

 

이는 죽은 자가 저승에서도 생전의 즐거움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표현입니다.

 

술은 제의이자 축제였다

당시 술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었습니다.

하늘과 조상을 모시는 제사,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는 연회, 씨족 간 화합의 축제에도 술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술을 통해 사람들은 신과 조상, 공동체와 연결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셈입니다.

 

청동 거울, 술잔, 그리고 여성

흥미로운 점은 벽화 속에서 술을 따르거나 준비하는 인물이 대개 여성으로 묘사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당시 가사노동과 의례를 여성들이 주도했다는 사회 구조를 보여주는 동시에, 여성이 술문화의 실질적 주체였다는 단서가 됩니다.

 

청동 거울 옆에 술잔을 둔 모습도 발견되는데, 이는 술이 단장과 함께 중요시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술의 용기까지 담긴 기록

고분벽화는 술을 담는 잔과 병의 형태도 생생히 보여줍니다.

긴 목의 병, 넓은 입의 대형 잔, 주전자 모양의 용기 등 다양한 술그릇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는 삼국시대에 이미 술 도구가 정교하게 분화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벽화 속 한 잔, 잊힌 기억을 깨우다

오늘날 우리는 글로 된 역사에 익숙하지만, 그림 속에도 중요한 단서가 담겨 있습니다.

술을 나누던 사람들의 몸짓과 표정은 말보다 생생한 기록입니다.

 

고분벽화에 남은 그 한 잔의 술은, 우리가 잊고 있던 오래된 술의 기억을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