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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주와 인문학

뱀술 말고도 있었다 – 희귀한 동물주 탐구

by 블로그 아지트 2025. 5. 6.

뱀술 말고도 있었다 – 희귀한 동물주 탐구

뱀술 말고도 있었다 – 희귀한 동물주 탐구

동물로 술을 담갔다고?

전통주라 하면 쌀과 누룩, 물로 빚는 곡주를 먼저 떠올리지만, 예전에는 동물을 활용한 술도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뱀술입니다.

 

그런데 뱀 외에도 다양한 동물성 재료가 사용된 술들이 있었고, 지금은 거의 사라졌거나 일부 지역에서만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동물주: 사향주와 사슴뿔주

조선 후기의 약술 중에는 사향노루의 분비물인 사향을 이용한 사향주가 있었습니다.

사향은 귀한 약재로 여겨졌고, 술에 타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또 하나는 녹용(사슴의 어린 뿔)을 넣은 술로, '녹용주'는 체력을 보강하고 정신을 맑게 한다는 민간신앙과 함께 전해졌습니다.

 

꿀벌, 해산물까지? 술의 경계가 흐려지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집이나 벌 자체를 담근 술도 존재했습니다.

이는 민간에서 ‘기력 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졌지만 과학적으로는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해산물로는 전복 내장을 함께 넣어 빚은 전복주도 있었으며, 바닷가 마을에서 종종 전해 내려오곤 했습니다.

 

이처럼 동물주들은 단지 맛보다는 약성과 상징성에 집중된 술이었습니다.

 

금지와 변화 속에서 사라진 동물주

동물주는 일제강점기 이후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야생동물 보호법, 보건상의 문제, 윤리적인 이유로 제조가 어려워졌고, 현대인의 입맛과도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동물주가 역사 속 기록으로만 남아 있거나, 민속 박물관이나 일부 한의원 등지에서 한정적으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전통 속 상징과 신앙이 담긴 술

동물로 담근 술은 단지 약으로서의 목적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술을 통해 동물의 기운을 얻고자 했던 조상들의 자연관과 신앙이 깃든 행위였습니다.

 

뱀은 재생의 상징, 사슴은 장수와 고귀함, 벌은 부지런함을 상징하며, 이들이 술에 담겨 의례와 치료에 함께 사용되곤 했습니다.

 

기억 속으로 사라진 술, 그 의미는?

오늘날 우리는 동물주를 다시 마실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기억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삶에 활용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동물로 만든 술은 그저 특이한 음료가 아닌,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지혜와 간절함이 담긴 산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