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지방의 감홍로, 붉은색 술의 비밀
붉은 술, 감홍로란 무엇인가?
감홍로는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붉은빛 전통주입니다.
‘감’은 달다, ‘홍’은 붉다, ‘로’는 향기로운 술을 뜻합니다.
즉, 감홍로는 달콤하고 향기로운 붉은 술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 술은 특히 개성 지역에서 유명했으며, 궁중에서도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술로 여겨졌습니다.
색의 비밀은 어디서 나올까?
감홍로의 특징은 선명한 붉은빛입니다.
이 색은 인공 색소가 아닌 자연 재료에서 나옵니다.
전통 감홍로는 꿀, 계피, 정향, 진피, 지초 등 다양한 약재를 넣어 숙성시키는데,
이 중 지초나 홍화 같은 붉은 약재가 술의 색을 만들어냅니다.
색뿐 아니라 이 재료들은 감홍로 특유의 깊은 향과 맛을 더해줍니다.
개성 한의학과 술의 결합
감홍로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일종의 약술로도 쓰였습니다.
개성은 조선시대 의료와 학문이 발달한 도시였고, 감홍로에도 이런 지역적 특색이 반영됐습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약재들이 함께 들어간 이 술은, 추운 겨울에 특히 인기가 많았습니다.
귀한 술, 제한된 레시피
감홍로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술이 아니었습니다.
귀한 재료와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고, 레시피 또한 집안 대대로 비밀스럽게 전해졌습니다.
특히 개성 상인이나 양반가에서는 자기 집만의 ‘감홍로 맛’을 지키는 데 자부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일부 가문에서는 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술을 마시는 방식도 다르다
감홍로는 보통 소량만 마셨습니다.
그 향이 워낙 진하고, 알코올 도수도 높았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잔에 조금 따라 향을 음미하며 마셨고, 음식보다는 단맛 있는 한과나 약과와 곁들였습니다.
술보다는 향, 기운, 분위기를 즐기는 방식이었던 셈입니다.
붉은 술 한 잔, 붉은 마음 한 모금
감홍로는 단지 전통주의 한 종류를 넘어섭니다.
이 술에는 개성인의 품격, 약과 음식에 대한 지혜, 그리고 정성과 예절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잊혀져가는 붉은빛 술 한 잔은, 조선시대의 삶과 멋을 떠올리게 하는 창문 같은 존재입니다.
감홍로를 마시는 건 단순한 음복이 아닌, 옛사람의 마음을 따라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한국전통주와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릉도에서만 나는 약초로 만든 술이 있다 (0) | 2025.05.06 |
---|---|
백두산 자락의 인삼주, 약인지 술인지? (0) | 2025.05.05 |
강원도 두메산골의 숨겨진 동동주 레시피 (0) | 2025.05.05 |
제주 ‘오메기술’에 담긴 신화와 설화 (0) | 2025.05.04 |
독살을 피하기 위해 만든 전통주 필터 시스템 (0) | 2025.05.04 |